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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따릉이! 따릉이 타고 한강으로! 돌아가는 길에 길 잃어버렸다ㅎ

요즈음 2022. 8. 28.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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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네 번째 주말

따릉이 타고 한강으로! with 쓰레기 체력

뭔가 이번 주 주말... 집에 콕 박혀서 잠만 잘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건 싫었다. 저번 주에도 그렇게 지냈는데 이번 주에도 그렇게 하기 싫었다.

 

그래서 퇴근하고 가끔 들르는 불광천 산책을 가볼까 하는 마음이 들다가

문득, 따릉이가 생각났다.

 

서울에 먼저 올라와 있는 친구가 "따릉이를 타고 자전거 도로를 타고 가면 한강이 나와~"라는 말이 생각이 났다.

서울에 있는데 그 유명한 따릉이는 타봐야, 서울생활 잘했다고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유의미한 주말을 지내기 위해 오늘 따릉이 시도와 함께 한강의 물이라도 보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내가 간과한 게 있었다.

내 체력... 

 

근 1년 동안 취준 한다고 책상에만 앉아 공부만 하던 몸인데, 그걸 생각하지 못했던 거다.

 

결국, 죽을 뻔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응급실이 저절로 생각날 정도로 진짜 죽을 뻔했다.

한강까지 따릉이 타고 쉴 틈 없이 달려 도착하고 땅에 다리를 딛자마자 다리가 사시나무 흔들리듯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분명히 길은 평탄한데 길이 푹푹 꺼지지?

 

그때 느꼈다. 

내 체력의 한계에 도달했구나...

내 체력은 얼마나 쓰레기였길래 여기까지 오는 것도 벅차 하는 거지?..

초등학생 때 자전거 타던 기억만으로 "한강 정도는 갈 수 있지~ "했던 과거의 나... 를 때려주고 싶었다.

 

일단은 덥고 힘드니, 일단 물이라도 먹자!라는 생각에 편의점에 들러 포카리를 샀다.

내가 그걸 먹지 말았어야 했는데...

 

포카리를 벌컥벌컥 마시니 갑자기 몸에  뜨겁고 식은땀이 나고, 토가 나올 것처럼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앞이 핑핑 도는 게 어디에 앉거나 누워있지 않으면 걷다가 쓰러지겠다 싶었다.

앉으니, 앉아 있는 것도 못하겠다 싶었다.

어디 구석에서 누워서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이거 열사병인가? 뭐야.. 포카리 먹자마자 몸이 이런다고? 포카리에 문제가 있나? 주변에 도움을 청해야 하나? 응급실 가야 하나? 응급실 가면, 서울에 아는 사람 없는데... 날 챙겨줄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저 옆에 있는 아주머니한테 도와달라고 해야 하나? 여기 지리 모르는데? 낯선 곳에서 쓰러지면 안 되는데..

 

아픈 와중에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점점 현실적인 방향으로 생각이 이어졌다. 

"이대로 여기서 쓰러지면 안 된다! "라는 생각으로 근처 구석에 있는 풀숲 앞 그늘에 앉았다.

숨을 크게 쉬면서 호흡을 하니 울렁거리는 게 확실히 줄어들고, 서 있었을 때 휘청거리던 몸도 앉으니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15분 정도 쉬니까 극심하게 아픈 것들은 지나갔다. 

 

다행히, 좀 더 쉬니까 견딜만한 정도로 체력이 돌아왔다.

일시적인 일사병이었던 걸까?

저 포카리에 뭔가가 있다!! 급체한 건가? 

아 일단, 집에 가야 한다. 이 몸으로 어딜 구경도 못해.. 쉬고 싶어

 

지금 생각해보면, 따릉이를 버리고 전철 타고 집까지 갔으면 됐는데,

그때는 따릉이로 왔으니, 따릉이로 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몸이 아프니까 합리적인 판단이 안되고, 단순하게 머리가 돌아갔던 것 같다.

나는 따릉이를 타고 왔던 길을 따릉이를 타고 돌아갔다.

아픈 와중에 사진을 잘 찍음


길을 잃었다... 그리고 뜻밖에 선물

돌아가는 길이 유독 이상하게 남달랐다.

한강으로 갈 때에는 신나서 주변을 보지 않기도 했지만, 뭔가 낯선데,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갔던 길 따라 가는데 뭐가 문제가 있겠어? 갈때 제대로 주변을 안 봐서 그런가 보다 라는 생각으로 그대로 갔다.

 

내가 길을 잘 못 갔다는 걸 깨닫게 된 건 폭포를 만났을 때였다.

.....???자전거 타고 다른 지역을 온건가? 내 자전거는 공간 루프도 할 수 있었던 거냐....

이건.. 뭐냐.. 집가는 길에 이런건 없었는데...

이때, 지도어플을 켜서 현재 위치를 보니까 완전 다른 길로 돌아가고 있었다.

방향을 똑같은데 길이 잘 못 가고 있었던 거다.

불광천을 따라 올라가야 하는데 홍제천을 따라 올라가고 있었던 거다.

어쩐지 길이 낯설다 했다.

 

정말 신기한건 서울이라는 곳 또한 자연을 품고 있다는거다.

나는 서울이라는 곳이 빌딩 숲으로 이루어진 도심 그자체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서울에 이런 장소를 만나게 되면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지인을 만난 것 처럼 반가우면서 신기하다. 
이런 곳을 알게 되다니, 뭔가 비밀장소를 찾아낸 것만 같은 느낌도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걸 수 도 있다.

우연히 알게된 폭포 앞에서는 시민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 앉으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서울에서는 자연을 볼 수 없을 거란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오늘 따릉이를 타면서 그런 생각들이 많이 없어졌다. 

 

하천주위로 길이 잘 정비되어서 자연을 쾌적하게 느낄 수 있고, 그걸 이용하는 시민들이 많다는 것도..

공유서비스를 통해 쉽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서울도 결국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고, 그 곳에 많은 환경들과 모습들이 존재한다는 것도..

서울이라고 해서 빌딩만 있는게 아니라는 것도..

서울에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장소 하나가 생겼다는 것도..

그리고 길을 잃어 보는 것도 좋다는 것도..

 

나는 그곳에 앉아서 폭포를 감상하다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도 순탄치 않았다.

자전거 도로가 아닌 일반 도로로 가야 했는데 엄청 난 오르막길에서부터, 좁은 인도, 사람이 많은 길까지..

집으로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이것도한 우연히 보게 된 풍경들이 좋아 사진으로 남겼다.

 

따릉이를 반납하려니까 한 두시간정도 탄 것 같다.

오늘 두시간 동안 짧고 굵게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따릉이 처음 타본다고 의욕만 앞서다가 죽을뻔 하기도하고, 길도 잃어보고 우연히 좋은 장소도 알게 되고

 

오늘 뭔가 잊지 못할 그런 날이 된 것 같다.

처음과 우연이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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